2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침.
우리의 발걸음은 학교가 아닌 관악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관악산은 제법 먼 곳인지라 늦는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다행히 모두가 모일 수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이 도착하자 우리는 한 두 반씩 관악산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마다 봉학산을 오르는 환일사람이라곤 하지만 관악산은 우리한테도 쉽지 않았던 산이었다.
단 하나의 산 때문에 우리의 두 다리는 비틀거렸지만 덕분에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쉬며 자연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관악산을 오르며 하나둘씩 도착지에 가까워지고 전부 도착지에 도달했을 땐 가방을 열며 점심을 나눴다.
힘들고 지친 상태였지만 우리는 환일인 특유의 유쾌함으로 산을 시끄럽게 가득 채워냈다.
시끄럽던 점심시간이 끝난 후 남은 산행을 계속 했다.

지금 우리 학교를 보면 야자실에서 계속 공부하는 3학년 선배님들을 볼 수 있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형들의 모습은 우리사이에서도 묘한 분위기를 형성시켰다.
곧 다가올 3학년과 수능, 앞으로의 내신 생각으로 서로 가슴이 막히는 듯했다.
그래서 학교는 우리를 관악산으로 초대했는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면서 적이 아닌 벗으로 우리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혹은 학업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어느 쪽이든 난 ‘관악산 등행’이라는 우리학교의 판단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