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일고등학교에서 첫 학년을 보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이번 봉학마루제가 세 손가락 안에는 든다. 솔직히 봉학마루제를 위해 준비해왔던 바로 전날까지도 그다지 기대되지는 않았다.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어왔을 여학생들의 찬조공연이 무산되자 교내의 모든 남학생들은 절망했고, 또 실망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축제당일 날에 알게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학생과 선생님들 모두 오늘하루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아리체험부스, 페이스페인팅, 자축공연, 다양한 먹을거리 등 우리들이 즐길 거리들이 가득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기억나는 프로그램은 단연 여장대회였다. 각반의 대표 1명 내지 2명이 나와서 본인의 기량을 뽐내는 무대였는데, 에이핑크, 김연경, 할리퀸, 겨울왕국 등등 여러 컨셉으로 사내들의 남심을 저격했다. 스스로 망가짐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서 학생들이 즐기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동아리부스는 경천관 2층과 시청각실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들을 체험과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경천관에서는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매우 많았다. 최근에 떠오르는 포켓몬GO와 증강현실 VR체험, 농구와 양궁, 그리고 바리스타 체험 등 몸으로 직접 느껴보면서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동상 뒤의 단상위에서는 미술전시작품들과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자전거를 통한 근력 측정 대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운동장에서는 모형항공기대회와 승부차기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약 50명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집에서부터 제작해온 글라이더와 고무동력기를 가져와서 탁 트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가끔씩 나무에 걸리는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사건이 있기도 하였지만, 잘 만들어진 학생의 경우 1분 가까이 날아서 모두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이번 봉학마루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학생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 모두 놀라게 했다. 특히 남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여장대회 등을 통해서 찬조공연 없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였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행사 참여로 유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매우 기뻤다. 내년에 있을 다음 봉학마루제에서도 이번 축제처럼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