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전공 신OO

첫 오리엔테이션 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소망실을 향해 올라갔던 게 엊그제 같다. 올라가면서 만난 벚꽃 나무는 살짝 봉우리가 맺혔었는데, 어느덧 4주라는 시간이 흘러 꽃잎은 다 떨어지고 교생 실습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환일고에 배정을 받고 처음엔 집 근처로 다닐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으나, 곧바로 걱정이 엄습했다. 주변에서 남고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한다고 들었던 것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남고는 처음 경험하게 되는 거라 선입견이 조금은 있었다.
처음에 어색했던 공기는 잠시뿐, 아이들은 밝고 개구쟁이들이 많았고, 싹싹하게 먼저 말을 걸며 다가와 주는 친구들도 많았다.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임이나 용어에 관해 이야기를 해 왔는데, 함께 공감하고 답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경직되어 있거나 피곤해 보이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대체로 얌전하고 성실한 친구들이 많았다.
첫 주에는 여러 부서 선생님들께 학교의 연혁과 기타 행정에 대한 연수를 받고, 틈틈이 수업 참관도 들어갔다. 교생들이 참관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려는 아이들도 보여 기특했다. 영어 과목은 수준별 학습이 진행되어, 교실마다 진행되는 수업 내용 과 그 깊이가 달랐고, 무엇보다 수업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둘째 주에도 수업 참관을 이어 갔고, 다른 과목의 연구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관록이 느껴져서 존경스러웠고, 수업 운영이나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하는 방법, 판서 능력 등 많은 부분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셋째 주에 있었던 대망의 수업시연은 교과서 한 페이지를 복습하는 수업을 부여받았는데, 나는 #재미있는 #자기주도 학습 유도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이 세 가지를 키워드로 하여 수업시연을 준비했다. 첫 번째 수업은 시간 관리에 실패하여, 준비한 게임을 반밖에 못 했지만, 담당 선생님과 동료 교생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두 번째 수업은 잘 마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며칠 뒤 우연히 마주친 학생이 다가와 “선생님 수업 재미있었어요!”라고 해 주었는데, 이 말 한마디로 수업시연에 대한 모든 고생과 마음 졸였던 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사실 교생실습은 나에게 교사라는 진로가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생각보다 학생들이 마음에 여유가 없어 보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아쉬웠지만, 대학과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 학창시절이 떠올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우 20일밖에 겪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겪은 많은 것들이 교직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4주간의 교생실습은 분명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환일에서 만난 모든 선생님과 나의 담임과 교과를 함께 담당해 주신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해 주시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셔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전우애가 느껴졌던 동료 교생 선생님들에게도 잠시뿐인 만남이었지만, 즐거웠고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