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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독후감

작성자
정현욱
작성일
2018-06-09 14:47
조회
16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땐, 이미 책과 별거한지 좀 된 때였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가까이하지 못했던 것은 단순한 핑계의 불과했음을 알고 있었다. 실은 책보다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책을 위한 생체 리듬을 맞춰준 이 책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주었다. 책 보다 흥미로운 것들은 많아도 책 보다 넓은 것은 없다고.

시험기간이 끝난 시점에 책의 대한 거부감을 거부한 채 사람손길이 잦은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책은 두꺼웠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페이지 페이지마다 지문 냄새가 풍겨왔다. 장군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듯이 나는 책을 뽑았고 제목이라도 읽었다. 칼의 노래, 전형적인 소설책 같은 제목에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관심 있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세계에 매료될 준비를 할 뿐 이였다. 그리고 내 지문과 페이지에 묻은 다른 사람의 지문이 서로 맞대어 입맞춤을 할 때 그 그리움이 되살아났다. 문제집에 묻은 자신과의 지문과 입을 맞출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데자뷰를 느낀 듯 했다.

정말이지 한참을 느꼈다. 간만에 현실 속에서 탈피하는 일탈적 행위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나이테 위의 잉크에선 이순신은 ‘나’가 아니었지만 ‘나’는 이순신 이였다. 나는 영웅적 면모가 없었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았다. 단지 상당히 심오한 사람이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묘사되었다. 나는 수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불가능한 전투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살고 싶지 않았다. 전쟁 통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생존 의지를 불태우기 보단 나는 죽기 알맞은 장소를 고민했다. 죽기 최적의 장소를 찾기에 앞서 죽음을 6년 동안 목격해왔다. 죽음 앞에선 모두가 공평했다. 산자들은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지만,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죽은 자들은 산자들의 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죽음이란 평화 앞에선 자신을 죽인 산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 평온을 느꼈다. 나는 그 임계점에서 가치를 찾길 원했다. 그랬기에 절대 임금의 칼에 죽을 순 없었고 내 사명의 종착지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결심했다. 그렇게 난 노량해전에 참전했고 평화 속으로 영원히 잠수했다.

새끼손가락에 닿는 종이의 감촉이 희미해질 쯤,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 공연의 끝을 맛봤다. 그리고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모든 감정을 어루만지는 듯한 묘사는 세상 어느 작품보다 강렬했다.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서사적인 표현들을 한국적인 정서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는데, 정말이지 설국보다 이전에 쓰여 졌다면 노벨 문학상의 영광을 이순신 장군님께 돌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묘사가 아름다웠다. 나도 김훈 작가님께 영감을 받아 최대한 그의 서사적인 묘사들을 따라해 독후감 전면을 구성하였다. 작가님의 묘사에 심취해보고자 남한산성, 언니의 폐경 등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가끔씩 세상을 둘러보다 보면 나만 알고픈 팝송, 인디밴드 같은 것이 하나쯤 생긴다. 이 책이 나에겐 그렇다.